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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암의 여행과 사진

야암의 여행과 사진

전 시 명 야암의 여행과 사진
전 시 기 간 2019년 8월 9일(금) ~ 2019년 8월 22일(목)
오프닝 리셉션 8월 10일(토) 오후 6시
전 시 장 소 루시다 갤러리
( 경남 진주시 망경북길 38, 055-759-7165, www.lucida.kr )

1. 보도의 글

2019 지역작가 지원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루시다 갤러리에서는 매년 지역작가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루시다 갤러리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해 왔다. 특히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초정하여 전시를 열었고 지역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활동 등 지역을 알리는 역할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특히 지역작가 지원프로그램은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선정, 전시를 지원하고 다음 작업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5명의 지역작가가 참여했고 전시를 열었다. 올해는 여행을 통해 사진작업을 해온 박영훈 작가를 선정하였다.

여행은 누구나 꿈꾸며 소망하는 일이다. 교사로 재직하던 박영훈 작가는 퇴직을 4년여 앞두고 있었지만 ‘원 없이 여행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떨치지 못하고 2014년에 퇴직을 결정했다. 퇴직 전에는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장기 여행을 계획했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고자 결심한 후 50여 개국을 다녔다.
‘여행을 왜 그렇게 가는가?’에 대한 질문에 박영훈의 대답은 단순하다. ‘즐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즐거움이란 범주 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듯했다. 여행이란 익숙한 장소를 떠나 낯선 곳으로 몸을 옮기는 것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을 맡겨야한다. 철저히 현재에 머물러야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살아 있어야한다. 부지런해야하고 때로는 용기도 필요하며 강해져야 한다. 세상을 머리 아닌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순간이다. 일상에서는 몰랐던 속박되어있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드러나지 않은 자신을 드러나게 하는 용기도 생긴다.
어느 누구의 삶도 예외일 수 없겠지만, 박영훈의 인생도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삶의 지루함이 무의미로 이어졌고, 기나긴 어둠의 통로에는 좀처럼 빛이 들지 않았다. 헝클어져버린 삶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 줄리아 로버츠가 여행을 통해 삶의 균형을 발견했던 것처럼 박영훈 또한 여행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듯 했다.
여행과 사진은 뗄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박영훈에게는. 현재 안에 혼재되어 있지만 의식에는 없는 과거의 기억들. 단지 드러나지 않을 뿐. 단서가 주어진다면 느닷없이 의식으로 떠오르는 경우를 우리는 경험한다.
작가 또한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걸까? 어떤 나라에 방문했을 때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고 벅찬 감격에 눈물 나는 감사함을 경험했다. 이런 느낌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면. 집으로 돌아가면 점점 희미해져버릴 기억이 아쉬웠다. 기록을 하고 느낌을 정리하고 감정을 담아서 사진을 찍어두는 일. 그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박영훈 자신은 직감하고 있었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쌓인 여행사진과 관련기록들은 박영훈의 사진창고에 가득하다. 여행자는 현지인들의 삶에 관여할 수 없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은 그들의 삶에 잠시나마 방문하는 특권을 누린다.
현지인들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방문자들로 인해 잠시나마 재밌는 이벤트를 경험하기도 한다. “한 아이에게 직접 포즈를 보여주고는 따라해 보라는 시늉을 했다. 사진을 찍는 동안 금세 아이들 여럿이 모여 들었다. 단체사진이 돼 버렸다.” 이 코너에는 프레임 속에 끼어들어온 얼굴들로 북새통이었다. 박영훈 작가는 이날 찍은 아이들의 단체사진들을 모두 올려 두었다. 한 아이도 빠짐없이. 눈을 똑바로 뜨고 카메라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눈빛은 맑았다. 세상어디에도 없는 순수함이다. 아이들이 직접 찍은 단체사진 한 장이 작가의 얼굴과 함께 있다. 초점이 흐려도 참 좋은 사진이다. 아이들도 기억할 것이다. 그날의 일들을 ...
박영훈의 사진 속 풍경이나 또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 클라이막스가 없는 담담한 이야기 한편을 보는 느낌이다. 너무 힘들어 보이는 사람은 찍지 않기, 너무 끔찍한 장면은 찍지 않기, 굳이 찍어야 한다면 장면을 낭만적으로 중화시킨다. 이런 철칙은 사진가로서 책임회피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렇게 밋밋한 사진이 왜 공감을 불러오는지? 방글라데시의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찍은 사진들, 그냥 바라보면 낭만적인 느낌마저 주는 이 사진들이 찍힌 곳은 악취로 보통 사람들이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버린다는 그들의 작업장이었다. 그곳에서 박영훈작가가 보고자 한 것은 사람들의 힘들고 고된 작업과 열악한 환경이 아니라 인간적인 순수성이었다. 그들의 삶에 무단 방문한 침입자로서 미안함을 표하고 지루하고 단조로운 삶에서 잠시 동안의 휴식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사진을 통해 전해졌다. “사탕을 나눠주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카메라를 보자 사람들은 웃으며 포즈를 취해준다.” “사진을 찍고 보여주기만 했을 뿐인데 그들은 엄지 척을 해 보인다. 고마운 건 난데.”

여행을 가면 누구나 그곳의 인상적인 장면이나 사람에게 매료되어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박영훈도 그런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 풍경들, 인간성 그리고 표현하고자 애썼던 그 모든 크고 작은 감정들. 그것들을 한몫에 모아보니 작가에게 그동안 말없이 안식을 주고 마음을 치유했던 유무형의 모습들이 보인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으니 이 전시를 관람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작가노트

주변인들

나에게 여행사진은 나의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10여 년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짧은 국외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다녀온 여행을 떠 올려보니 그 당시 느꼈던 다양한 감동들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점점 잊혀져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척 안타까웠고 투자한 시간과 경비를 생각할 때 아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사진을 보면 기억이 되살아 날 것으로 생각되어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소통하고, 그 지역만의 독특한 풍경 속에 뛰어들어 담아온 사진들은 나의 여행에 대한 기록이 되어 차곡차곡 쌓여갔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일기장을 넘기듯 사진을 들춰보면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또 다시 그 공간속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무척 행복했다.
처음에는 스티브 맥커리 처럼 멋진 사진으로 여행사진을 찍고 싶어 2년 가까이 출사여행 위주로 다녔다. 출사여행은 사진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으나 여행하는 즐거움은 많이 부족했다. 여행을 목적으로 떠나보니 촬영하기 좋은 시간대에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아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에게 여행과 사진은 함께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여행과 사진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여러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 카메라 프레임을 통해 수년간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다보면 간혹 내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면 평소의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는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내면의 또 다른 내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는 낯선 여행지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좀 더 용감해지고, 적극성, 부지런함, 긍정적 사고 같은 것들, 또한 처음 보는 놀랍고 독특한 풍경들, 셀 수 없이 다양한 삶의 모습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감정 또한 그 모습을 드러내기에 내가 이렇게 감정이 풍부 했었나 하고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

나의 여행사진은 전시를 생각하고 찍은 사진이 아니다.
여행일기를 쓴다는 생각으로 담아온 사진이기에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무척 망설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때로는 여행을 하기 위해 떠나기도 했기에 여행일기라 부르기도 부끄럽다.
하지만 몇 년간 여행과 사진을 위해 나의 열정을 쏟아 부은 것만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어느 책에서 본 글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프로란 자신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작가 소개

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가슴이 설렌다는 박영훈 작가는 2014년, 33년의 교직생활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녔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50개국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리고 찍은 사진들을 모아 블로그에 옮기고 일기형식으로 글을 써 나가고 있다. 이 자료들을 모아서 내념쯤이면 한권의 여행사진집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많은 기대가 된다.